선학강좌
‘마음’이 행복해야 진짜 행복
만인이 원하는 행복은, 그 원하는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연원에서 비롯되고, 그 원하는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기준에 의해 판별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따져보자면 ‘몸과 마음의 만족’이 가장 중요한 행복의 요건이자 기준이 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절대 빈곤과 기아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몸’의 만족에 좀 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고, 물질적 풍요를 어느 정도 달성한 사람들의 경우 ‘마음’의 만족에 새삼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는 사실도 익히 알려진 일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웰빙이니 참살이니 하는 바람도, 실은 이러한 마음의 행복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자는 풍조의 반영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 초창기부터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마음의 문제를 가장 중요한 삶의 과제이자 참다운 행복의 지름길로 역설해 온 불교의 가르침들은 오늘날에도 거듭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불교의 가르침 가운데 단연 핵심을 이루는 것이 바로 ‘마음’이라는 것일진대, 그 마음의 근원과 본성과 장차의 나아갈 바를 정확히 깨우칠 수만 있다면, 누구나 해탈하여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이 바로 불교의 근본 원리인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마음을 깨닫고 다스리기란 보통 사람들에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체 마음이 무엇이기에 스님들은 그리도 마음의 문제를 강조하고, 게다가 그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인식하고 깨우치라는 것인지 알 길이 막연한 것이다.
마음의 문제를 조명한 텔레비전의 다큐멘터리든, 웰빙을 전하는 잡지의 특집기사든, 혹은 정신과 의사들의 충고든, 아니면 스님들의 말씀이든, 마음을 강조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파악하고 어떻게 다스리라는 것인지 알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마음은 여전히 알 수 없는 그 무엇이고, 마음에 대한 모든 담론들은 뜬구름 잡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숭산스님의 선학강좌』는 이처럼 마음의 문제를 가장 핵심으로 하는 불교 사상에 입각하되, 몸과 물질에 더 익숙한 현대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인간의 마음을 조명한다는 측면에서 누구에게나 쉽고 실질적인 교훈들을 전해줄 것이다. 우리보다 더 물질을 중시하고, 우리보다 더 문명에 익숙한 서양의 지성인들을 단박에 굴복시킨 숭산스님만의 명쾌하면서도 조리정연한 설명을 통해 누구나 마음의 근원과 본성에 대해 새삼 깨우치는 계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선(禪)의 바른 길
숭산스님이 해외 포교를 처음 시작했을 때, 스님 외에도 많은 한국의 고승대덕들이 해외 포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 영어나 기타 외국어에 능통한 스님들도 많았다. 서양의 학문과 철학에 익숙한 학승들도 많았고, 기독교나 이슬람교의 교리를 체계적으로 공부한 스님들도 많았다. 외국에 선원이나 사찰을 건립한 스님들도 물론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숭산스님만이 괄목할 만한 포교 성과를 올렸고, 수많은 벽안의 제자들을 길러냈다. 영어 한마디 할 줄 모르던 스님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스님이 보여준 각고의 노력과 인자함이 한 몫을 감당한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스님만이 진정한 의미의 선(禪)에 입각하여, 진실로 통하지 않는 바가 없는 경지에서 서양의 학자와 제자들을 만나고 가르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숭산스님의 선학강좌』를 통해 독자들은 숭산스님만이 가질 수 있었던 선의 힘, 그 흔들리지 않는 본질적인 깨우침의 큰 힘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에 부딪치더라도, 단박에 모든 것을 깨쳐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선의 참구에서 비롯된다는 걸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선을 공부해서 도를 깨우칠 수는 없다 할지라도,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고 어떤 힘을 주는지를 간접적으로라도 체험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변치 않는 선(禪)의 길
『숭산스님의 선학강좌』는 본래 1966년에 처음 간행된 책이다. 본문을 읽다보면 21세기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 예들이 등장한다거나, 당시로서는 불분명했던 역사적 사실들이 현재 인정되는 사실과는 다소 다르게 기술된 부분들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기본 메시지나, 구체적인 종교 철학에 있어서는 당시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음을 또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뀐다고 달라지는 가르침이란 진정한 가르침이라 할 수 없음을, 『숭산스님의 선학강좌』는 몸으로 웅변하고 있는 책이다.
선을 공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은, 이처럼 시대와 상황을 초월하는 깨달음이 역사 속의 위대한 부처나 조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가능하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숭산스님은 그런 깨달음의 길을 안내하는 안내자인 동시에, 그런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간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여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선(禪)의 모든 것을 담은 교과서
선은 일반 대중에게는 물론 스님들에게도 결코 쉬운 공부가 아니다. 열심히 책을 읽는다고 깨우칠 수 있는 것도 아니요, 큰소리만 친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이 무엇이고 어떻게 닦는 것이라고 일러주는 교과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 불교의 선이 여전히 대중화와 세계화에서 한계를 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다. 체계화되지 못하고 설명될 수 없는 사상이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려 깨우침을 불러일으키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숭산 스님은 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 살아 있는 증거일 터인데, 그런 스님이 선에 대해 공부한 모든 내용을, 가장 체계적이면서도 심도 있게 풀어낸 책이 바로 『숭산스님의 선학강좌』인 것이다.
불교와 선의 근본에서부터, 좌선의 호흡법에 이르기까지, 선을 둘러싼 모든 궁금증과 자가당착으로 보이는 모든 모순들에 대한 가장 명쾌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추천사 / 청담 대종사
자서
발간사 / 성광(화계사 주지)
서언 선으로 가는 길
1장 선이란 무엇인가
2장 선의 사실 생활과 현대 실존철학
3장 선의 발달과 선종
4장 선종의 전통
5장 선의 불립문자
6장 선의 교외별전
7장 선의 직지인심
8장 선의 견성성불
9장 선의 고칙공안
10장 선의 좌선
11장 선의 참구법
12장 선종의 전계
결론 - ‘참나'를 찾아서
부록 1 경허성우 대선사
부록 2 숭산행원 대선사 수행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