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생활기록부
죽음 이후 유령이 되고서야 살아보는 새로운 삶
『상처』의 작가 나혁진 신작
삼십 대의 남자, 허영풍은 다른 이들처럼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거나 하지 않고 오직 복권에만 빠져 있다. 오늘도 스포츠 복권을 손에 들고 뚫어지라 쳐다본다. 그러다 돈만 날렸다. 분식집에서는 밥을 먹다 시비가 붙고 돈은 날리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던 그는 비 오던 날 골목에서 칼에 찔려 죽는다. 아니 죽었다. 그리고 유령으로 다시 살아났다. 이제 그는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이 되었다. 유령이 되어도 좋은 것은 없다. 처음에는 자신의 집에서 생활했지만, 그곳이 정리되자 갈 곳이 없어졌다. 그렇게 떠도는 유령이 되었다.
비로소 찾은 유령 친구들은 하나둘 떠난다. 그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의 사연을 해결해 주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영풍은 엄마의 죽음까지 보게 된다. 살아서도 별 존재 가치 없던 한 남자의 인생은 유령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인다. 그런다고 알아줄 이 하나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작가는 유령의 성장을 그려내고 있다. 그의 생활기록부는 처음에는 불만스러웠을지 몰라도 마지막에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전작 『상처 검은 그림자의 진실』에서는 직관적인 태도로 사회에 실존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정면으로 대응하던 작가 나혁진. 신작인 『유령생활기록부』에서는 전작보다 약간은 힘을 뺀, 그러면서 유머스러움을 더하고 조금은 유해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죽음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무겁기보다는 살짝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현실적인 문제에 유머스러움을 반영시켜서 블랙코미디스러움을 꾀했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자가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존재를 내세워서 생전의 삶과 별다르지 않음을 조건으로 삼았다. 아무것도 없는 제로, 무에서부터 시작하는 그의 삶은 하나씩 사건을 해결하면서 성장해간다.
소설가. 인천 출신으로 시공사, 들녘, 작가정신 등의 출판사에서 주로 소설을 편집하는 편집자였다. 총 30여 권의 소설을 책임 편집했다. 하드보일드 느와르부터 액션 스릴러, 본격추리, 로맨틱 추리극까지 신선한 소재와 다양하고 획기적인 장르의 결합을 보여 왔다. 국내 최대 추리소설 매니아들의 커뮤니티 〈하우 미스터리〉의 부운영자이다. 황금가지에서 『한국 추리스릴러 단편선1』에 참여했고, 현재 영화화가 진행 중인 장편 데뷔작 『브라더』를 2013년 출간했으며, 2014년에는 두 번째 장편소설 『교도섬』을 출간했다. 이외에 『낙원남녀』, 『상처』 등을 썼다.
프롤로그 _ 6
1장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_ 13
2장 사랑과 영혼 _ 79
3장 말 없는 사나이 _ 151
4장 영능력자 배틀 로열 _ 207
5장 마더 _281
작가의 말 _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