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결혼해서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모든 것들이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관계야. 난 권리 몇 개를 얻기 위해서 의무 몇백 개씩을 덤으로 치러야 하는 짓은 안 하고 싶어. 변화무쌍한 인간의 감정에 미래를 담보할 생각도 없고. 성재 씨, 난 혼자서 멋있게 잘 살 거야. 말 한마디 못하게 절대적으로 상대를 때려눕히는 사람은 필요 없어!”
나, 유승경. 25세로 미술대학 조소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4녀 중 막내. 부족한 것도, 아쉬운 것도 없다. 현재에 만족한다.

“승경아, 너는 현대를 사는 여자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가 결여되어 있어. 자기 확신이 없는 거지. 너는 대단히 잘난 척하지만 네 이면에는 여자는 남자에 의해서 인생이 조종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상이 깔려 있어. 거스를 용기는 없지만 영악은 하지. 그래서 무조건 덮어놓고 피하는 거야. 네가 말하는 네 인생에 뭔가 대단한 게 숨겨져 있을 거라 오해하지 마.”
나, 한성재. 28세로 현재 가업을 잇기 위해 숭고한 희생 중. 결혼은 신성한 것이다. 무얼 더하고 뺄 것인가를 셈하는 수학 공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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