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 저자
- 함정임
- 출판사
- eBook21.com
- 출판일
- 2009-01-01
- 등록일
- 2009-01-01
- 파일포맷
- EPUB
- 파일크기
- 0
- 공급사
- 북큐브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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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바다를 향해 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
바다는 발레리가 해변의 묘지에서 노래한 바로 그 바다, 즉 세트에서 바라보이는 지중해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의 바다는 단순한 바다가 아닌, 이를테면 발레리의 문학을 통하여 새로운 빛을 띠고 되살아난 바다, 즉 발레리의 문학 그 자체가 되어버린 바다라고 할 수 있다.
인규는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사라졌다. 그리고 일 년 동안 그는 아무에게도 소식이 없었다. 인천에 살고 있던 그의 부모와 가족들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난감해할 뿐 아무 해결책이 없었다. 엄마는 딸이 엄청난 불행을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어쩔 줄 몰라하며 나를 위로하다가도 상처 입은 새끼를 부둥켜안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당신의 박복을 한탄하기도 했다. 환갑을 넘긴 노모에게 예약된 행사를 취소하는 일은 참형에 가까웠다. 취소문을 띄우면서 엄마는 끝내 화병으로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작은 배들이 꽉 들어찬 항구의 밤은 각지에서 몰려온 해수욕 객들로 북적거렸다. 간간이 물결에 넘실대는 무수한 돛들 사이로 바다의 잔맛이 실려 왔고 사람들은 그것에 땀내를 더하며 하염없이 둑길을 오고갔다. 그들은 물과 물 사이에 놓인 길 위를 부유하는 몽유병자들처럼 보였다. 그러나 내가 그들의 행렬에 섞이자 나 역시 그들이 한결같이 향해 가는 곳으로 걸어갔다. 방파제의 끝, 막막한 어둠의 바다 위를 등대 불이 깜박였다. 가고 오는 사람 중에 어디로 가는 것이냐고 속삭이듯 흐르는 말소리가 언뜻언뜻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사람들은 하나의 종결된 결구처럼 대답했다.
「바다로, 바다로!」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