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시골살이
“살아온 날들 중에 요즘이 제일 좋아.”
떠나보지 않으면 나를 만날 수 없고
살아보지 않으면 그곳을 알 수 없지.
지금 우리는 시골로, 삶으로 한 발 더 깊이 들어가는 중입니다
리틀 포레스트, 러스틱 라이프, 오도이촌 같은 말이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한적한 공간, 문을 열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자연,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원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여기, 조금은 엉뚱한 이유로 시골행을 택한 부부가 있다. 그들이 시골로 향한 이유는…… 다름 아닌 ‘집’이었다. 남편은 내 손으로 직접 집을 지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아내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도시에서 나고 자란, 뼛속까지 도시인인 그들은 그렇게 용감하게도(혹은 무모하게도) 하루아침에 치킨 배달도 안 되는 시골에 둥지를 튼다.
변변한 자본도 없이, 이렇다 할 연고도 없이 ‘일단 난방비가 많이 안 드는 남쪽으로!’라는 기준 하나만 가지고 집 지을 땅을 찾는 모험을 시작한 그들 앞에는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까? 생각지도 않았던 시골살이 여정에서 그들은 낙관주의를 둘러쓴 낭만을 만끽하고(‘세상에, 여기저기 널린 것이 다 먹는 나물이라니!’, ‘내가 덖은 차가 이렇게 맛있다니, 나 금손인가?’, ‘시골에서 이렇게 개 키우고 요가 하면서 살면, 이효리가 부러울쏘냐?’), 생전 처음 겪는 불편함에 당황하기도 하고(‘시골 모기 너무 강력한 거 아닙니까?’, ‘3시 반 이후에는 읍내로 나가는 버스가 끊긴다고?’, ‘마을에 쓰레기 수거차량이 안 들어온다고?’), 시골에 흔치 않은 젊은이인 탓에 쑥덕거림과 오해를 사기도 한다(‘여편네가 밥은 안 하고 어딜 저리 싸돌아다니나’, ‘어느 나라에서 온 노동자인가?’, ‘신용불량자인가?’, ‘애를 낳아야지, 쯧쯧’). 어느 날은 봄빛처럼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가 다음 날이면 겨울 추위 못지않은 꽃샘추위가 찾아온 것 같은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하루. 그 안에서 부부는 차근차근 집만이 아니라 삶도 지어나간다.
빠르고 바쁘고 편리한 도시, ‘집은 역시 아파트’를 외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살짝, 아니 크게 이탈한 그들에게 시골은 몰입과 발견과 모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시골에서 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스치듯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다면 자연 속에서 나를 잊고 몰입하고, 낯선 환경과 느릿한 여유 속에서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며,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숨 고르며 모색하는 책 속 발걸음을 따라가보기 바란다. 머릿속에만 있던 시골 생활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무엇이 내게 행복과 긍정을 가져다주는지 새삼스레 알 수 있을 테니.
도시에서 나서 도시에서 자랐다. 10대 시절 대부분은 서울 목동에서 보냈고 20대 때는 연남동, 망원동에 살며 삼청동, 종로, 광화문 맛집을 꿰고 다녔다. 30대 초반에는 이민을 생각하고 독일로 향하기도 했다. 이처럼 뼛속 깊은 도시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매력의 소유자지만, 지금은 산으로 둘러싸인 전라남도에서 고즈넉한 시골살이를 누리고 있다.
독일행은 예술가의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대한 선망, 환경을 바꾸면 내가 바뀔 거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하지만 환경이 뭔가를 만들어주리라는 기대는 착각이었다. 독일에서 만난 것은 뜻밖에도 내 집을 지어보고 싶다는 바람과 마당 있는 집에 대한 로망이었다. 그 길로 곧장 귀국, 남쪽으로 내달려 우여곡절 끝에 연고 없는 시골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었다. 난생처음 살아보는 시골은 날마다 스펙터클한 사건 사고의 연속이지만 이제는 환경이 나를 만들어줄 거라는 소망 대신 스스로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여정을 즐기게 되었다.
은는이가는 저자 부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명이기도 하며, 본 채널은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상을, 전라남도 1인 크리에이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글과 그림은 아내가 쓰고 그렸다.
https://www.youtube.com/@eununiga
https://www.instagram.com/eununiga
프롤로그_시간을 벌어서 낮잠을
1장_대체로 좋고 가끔 나쁘고 때때로 이상한, 시골에 삽니다
내가 이효리는 아니지만
시골에는 거지가 없다
공짜 좋아하세요?
남편의 로망이 만들어준 친구들
슬기로운 시골 생활
이상한 사람과 이상한 사람
없는 게 많아서 재주가 늡니다
오일장의 불꽃놀이
2장_ 멀리서 발견한 가까운 행복
우리는 안전하게 망해가고 있었다
여기가 아닌 다른 세상을 꿈꾸며
낙원을 찾아서
나침반이 없는 우린 자주 길을 잃지
떠나보면 알 거야, 나를
3장_내 손으로 집을 짓는 모험
사과 한 알과 초코파이 한 상자의 동상이몽
피하지 않고 앞을 바라보며 천천히
이 집이 네 집이냐
내 땅이 생기는 건 한순간
사랑할 준비
집 설계는 맞춤옷처럼
자존감에도 적정 수위가 필요해
둘째 돼지의 수업과 셋째 돼지의 지붕
그래도 내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무화과는 벌도 나비도 없이
대체불가, 고요한 크리스마스
난생처음 내 집과 생애 마지막 퇴사
4장_끝나지 않은 여행
웅크리지 않고 파도에 몸을 맡기면
제 이야기는 제가 할게요
친애하는 나의 작은 냉장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진짜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에 숨어 있어
시간 능력자를 위한 지침서
시골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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