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수 없어요 1권
학벌, 학점, 토익점수 그 어느 것 하나 갖추지 못했지만 미모 하나만은 어디 내놓아도 남부럽지 않은 수안은 대기업인 삼흥그룹의 입사시험에 합격한다. 합격의 기쁨을 누린 것도 잠시 그녀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 경쟁사인 대명전자에 위장취업을 해서 산업기밀을 빼내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더구나 그녀는 여성혐오증 환자라고 알려진 대명전자의 사장 박지호를 유혹해야만 한다. 어쩌다 보니 등을 떠밀려 산업스파이가 된 수안과 덜떨어진 스파이 수안의 어설픈 유혹을 지켜보며 코웃음을 치는 지호가 펼치는 달달한 사랑 이야기!
-본문 중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수안의 모습을 지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보았다. 수안은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죄송합니다아아……. 온 몸을 꽈배기마냥 배배 꼬며 꾸벅 사과를 하는 수안에게서 술 냄새가 확 풍겨왔다.
"김수안 씨. 지금 음주 상태로 일 하러 온 겁니까?"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 수안이 코를 제 몸에 곳곳에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술 냄새 나요?”
천진한 표정으로 그렇게 묻기까지 하니 지호는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지호는 지금 이 시각에 수안을 사무실로 부른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됐고, 아까 말한 서류나 빨리 찾아보세요."
지호는 팔짱을 끼고 있는 상태로 계속 수안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았다.
"본인이 여기 정리한 거 맞습니까?"
지호가 삐딱한 말투를 사용하여 수안의 신경을 긁었지만, 수안은 두 귀를 꼭 닫고 여전히 사장실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찾았다!"
수안은 서류를 찾은 게 신이 났는지 지호에게 팔짝팔짝 뛰어왔다. 그러나 음주에 쩔어버린 몸은 제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제 앞을 가로막은 의자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수안의 손에서 펄럭이던 서류가 허공으로 펄럭이며 흩어졌다.
벌떡 일어난 수안은 제가 놓쳐버린 종이들을 서둘러 다시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지호의 시선은 무릎을 구부린 수안의 다리를 향했다. 타이트한 스커트 때문에 밀려 올라간 천 쪼가리 사이로 보이는 살색의 향연들이 그의 심장을 펌프질하기 시작했다.
지호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이미 늦어 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이미 이성으로 억누르기 힘든 반응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상태로 집에 가겠다는 겁니까, 지금?"
수안은 무슨 말인가 싶어 눈을 꿈뻑거렸다.
"데려다 줄테니 갑시다."
순간 수안은 멈칫했다. 어떤 짓을 해도 넘어오지 않길래 고자거나, 게이거나, 둘 중 하나인 줄만 알았더니. 역시나 술에 취한 여자를 보고 침을 흘리는 것을 보니 너도 남자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술이 많이 깨 있었지만 수안은 더 몸을 가눌 수 없는 듯 더욱 휘청거렸다. 지호의 목울대가 꿀렁이고 동공이 흔들리는 게 보인다. 분명, 흔들리게 있는 게 틀림없었다. 수안은 그런 그를 향해 더욱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유혹…… 한다! 하고 말 거야!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