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커튼 뒤에서 엿보는 영국신사 - 소심하고 까칠한 영국사람 만나기

커튼 뒤에서 엿보는 영국신사 - 소심하고 까칠한 영국사람 만나기

저자
이순미 지음
출판사
리수
출판일
2012-07-27
등록일
2017-01-0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31MB
공급사
알라딘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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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영국의 평범한 주택가에서 여느 영국인들처럼 정원을 가꾸고, 개를 키우고, 아이를 교육시켜온 한국인이 말하는 ‘소심하고 까칠한 영국사람 이야기’인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이 ‘진정한 신사’인지를 전하는 책이다.

영국인들 속에 섞여 살아봐야만 알 수 있는 영국 사람들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며, ‘영국신사’라는 이미지와 걸맞지 않은 생활 속 모습들에 대한 궁금증 해소와 신선함을 전한다.



잉글리시 젠틀맨인가, 커튼 트위처스인가

무표정한데다 쌀쌀맞고 거만한 영국인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창이나 문틈 사이로 ‘남의 일이 궁금해서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거리를 훔쳐본다면 믿겠는가. 일면식도 통성명도 없었던 이웃이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우리 개가 무슨 종류인지, 언제 여행을 다녀왔는지까지 알고 있다면?

이렇게 커튼 사이로 엿본다 하여 ‘커튼 트위처스’라고 한다. 영국 신사의 명성에 커튼 트위처스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조금만 깊게 살펴보면 이 둘은 통하는 데가 있다.

소심해서 타인과 쉽게 친구가 되지 못하고, 오해 살까 두려워 눈 한번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이 사람들은 서로에게 침범하지 않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신사다운 견고한 이성과 합리의 틀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소심한 자신을 보호해주는 신사의 틀 안에서, 대놓고 밝힐 수 없는 인간에 대한 관심을 조용히 표출하며 살아간다.



조용한 방식, 그러나 혹독한 대가

영국은 신사의 나라답게 어디에 가나 조용하다. 식당에서도, 아이를 야단칠 때도, 아무리 길이 막혀도, 분쟁이 생겨도, 심지어 온 소리들이 왕왕 울려대는 수영장조차도 조용하다.

영국에서는 일단 소리가 커지면 불리하다. 펍에서 바텐더가 주문을 받지 않아도, 병원에서 한없이 기다릴 때도 큰소리도 항의하다가는 내 차례는 은근슬쩍 뒤로 밀려나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뭔가 확실히 항의를 해야 할 때도 격앙된 목소리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그저 점잖게 편지로 전하는 것이 확실하다. 이웃에게 항의편지를 쓸 때조차 ‘그래도 시정하지 않으면 고발조치 하겠다’라든가 ‘경찰을 부르겠다’와 같은 강력한 문구를 점잖게 써서 보낸다.

영국 사람들은 신사답게 아이들을 야단치는 목소리도 나지막하다. 하지만 때릴 일이 있으면 절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아주 빠르고 독하게 때린다. 물론 맞은 아이들도 영국인답게 소리 없이 조용히 울 뿐이다.

영국은 신사다운 운전을 하는 나라로 소문이 나있지만 조용한 도로사정도 매섭기는 마찬가지다. 점잖다는 영국인이 흥분한 얼굴로 차 문을 박차고 차에서 내렸다 하면, 그것은 죽음으로 가는 결투의 신청쯤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래서 영국의 도로규범에는 운전 중 초래될 시비에 대비한 갖가지 요령을 가르치고 있다. 예를 들면, ‘운전 중 절대로 다른 차량의 운전자들과 눈을 마주치지 말라.’ ‘분노가 오르면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운전해라.’ ‘시비가 벌어지면 절대 차에서 내리지 마라.’



이들이 진정한 신사인 이유

생활 속 곳곳에서 만나는 영국인의 모습은 소심하고 까칠하기 이를 데 없지만, 저자는 그들이 신사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고 전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결코 멋있거나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에 대한 숙고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습에는 본질에 다가가는 성숙함이 있다. 아이들이 손수 준비한 허접해 보이는 학예회는 남보다 월등한 실력을 뽐내는 장이 아닌, 자신감을 격려해주는 장이다. 자신감만 있으면 실력은 늦게라도 쌓아지기 마련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흔히 우리는 영국인이라 하면 오래된 것들에 집착하는 사람들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사랑하는 것은 골동품을 포함한 모든 버려지는 것들이다. 버려지는 사람들과 버려지는 생각들을 즐겨 모아 보듬어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박아나 장애자들에 대한 영국인들의 배려와 사랑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이들은 내버려진 골동품을 문지르고 문질러 명품을 만들듯이, 굳이 스스로의 결점을 드러내어 만져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러한 영국 신사의 힘이 있기에 우리는 소심하고 까칠한 영국인의 모습조차 추억할 수 있다.



정한 영국인이 허물어지는 지점

우스갯소리로 영국인들은 무인도에 떨어져도 소개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서로 통성명도 못할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외로운 영국 신사는 공동의 화제로 대화를 나눌만한 틈만 보이면 다소 허무하게 허물어지는 경향이 짙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인과 사귀고 싶다면 ‘키워야’ 한다. 첫째는 아이 키우기, 둘째는 꽃과 나무 키우기, 셋째는 개 키우기이다. 장담컨대 초면일지라도 수선화 알뿌리 몇 개를 들고 “혹시 이거 보관하는 법 알아?”라며 불쑥 옆집 문을 두드리면, 폐쇄적인 영국인들과 하루 종일 수다를 떨며 노닥거릴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남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영국인들에게 조금씩 지쳐갈지도 모른다.

저자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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