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의 정체
도시를 위협하는 싱크홀의 공포에 대한 정확한 이해
2014년 여름 송파구 석촌호수 부근에는 땅이 꺼지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때마침 잠실뿐만 아니라 서초구, 여의도, 대구, 천안, 울산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고, 석촌호수의 수위가 눈에 띄게 내려갔다는 제보가 잇달았습니다. 언론에서는 이를 집중 보도하였고 괴담 수준의 불안감마저 생겼습니다. 이즈음 석촌 지하차도 아래에서는 상당히 큰 동공이 발견되었는데, 외국에서 발생한 엄청난 크기의 싱크홀을 상상하며 혹시 하룻밤 사이에 집이 없어지고 사람이 빠져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모두가 걱정하였습니다. 잠실 부근에 큰 일이 일어났으니 그 근처에는 가지도 말라는 충고를 받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싱크홀 문제로 언론보도가 빗발치던 그때에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안감을 조장한 면도 있고, 언론보도 내용은 비논리가 논리처럼 여겨지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무책임한 발언이 거듭되는 것을 보고 지식의 체증을 느꼈습니다. 일부 기자들은 인터뷰의 내용 중 쓰고 싶은 이야기만 고르고 공포스러운 제목을 붙였습니다. 외국의 어마어마한 싱크홀은 서울에서 발생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문 방송에서는 억지로 끼워다 맞춘 무책임한 면도 있었습니다. 시민의 불안감은 더욱 깊어갔고 누군가가 희생양이 나와서 이 불안감을 끝내길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대중이 느끼는 불안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땅이 꺼지는 현상에 대하여 이야기를 펼칠 것입니다. 대가의 품격은 단순함에 있습니다. 그리고 디테일이 완벽합니다. 미리 선언하지만 저자는 대가가 되지 못합니다. 한정된 경험과 지식의 범위에서 나누고 싶은 얘기를 가급적 편한 말로 풀어내어 이해를 돕고 싶습니다. 모자람으로 인한 비평과 도움말은 언제나 환영할 것입니다. 그것은 희뿌연한 안개를 걷어내는 시원한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또 올라갈 때 미처 보지 못한 꽃들이 내려올 때 보이는 신비라고 여길 것입니다.
프롤로그
01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
땅이 꺼진다, 불안하다 / 지구의 나이 / 지구는 어떻게 구성되었나 / 한반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 흙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 흙을 다루는 학문
02 평형, 균형, 안정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 과테말라시 싱크홀 / 물과 흙 / 비슷하지만 좀 다른 뜻 / 구별해야 할 튼튼함, 강도와 강성 / 자연은 평형을 이룰 때 안전하다 / 싱크홀이라 불리는 불평형
03 바위를 녹이는 세월의 힘
시간이 지나면 녹는 바위 / 세월이 만든 경이 / 슬로베니아에서 온 카르스트 / 우리나라 석회암 / 바위가 녹아서 생기는 싱크홀 / 하늘이 보인다, 중국의 천갱 / 지도까지 만드는 플로리다 싱크홀 / 무안에서 일어난 일 / 비싼 다리와 터널 / 화산도 동굴을 만든다, 제주도 용암동굴
04 물이 빠지면 가라앉는 땅
물을 머금은 흙 / 미국의 가라앉는 땅, 사람이 문제 / 눈부신 상하이 발전, 가라앉는 땅 / 일본도 이미 경험한 문제, 지반침하 / 아즈텍 제국, 호수를 메꿔 도시를 만들다 / 물의 도시 베네치아, 해수면 상승으로 이중고 / 서서히 가라앉는 동남아 대도시, 자카르타, 방콕, 호찌민 시 / 세계가 나섰다 / 대한민국의 지하수와 지반침하
05 사람 손을 탄 자연, 평형을 요구하다
청색기술 / 땅에서 얻은 풍요, 탐욕이 남긴 재해 / 땅을 다룰 때 안전율이 필요한 까닭 / 하늘을 봤다, 난망한 터널 붕락 사고 / 안전하려면 잘 막고 잘 내보내야 / 영원할 수 없는 매설관로 / 명품은 디데일이 강하다
06 막을 수 있는 땅꺼짐
국민의 안전이 최상의 법 / 땅꺼짐이라는 재난 / 먼저 뭐가 묻혀 있는지 알아야 한다 / 땅속의 동공 찾기 / 일단 채울 것은 채워야지 / 변하는 땅속,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자 / 땅속의 물, 좀 더 자세히 살펴야 / 저마다의 책임을 다하면 안전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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