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새 : 나는 시를 이렇게 쓴다
산과 새\n\n\n하늘 가까이\n이마를 대고 있는 산은\n새들을 낳는 푸른 자궁이고\n새들이 다시 돌아와 묻히는\n큰 무덤이다\n\n나그네길에서 홀로 떨어져\n쓰러진 나무 우듬지에 앉아있는\n울새 한 마리\n노을빛이 물든 갈색 등이\n한 장 단풍잎처럼 곱다\n남은 저녁 빛이 눈동자에서 꺼지면\n울새는 흙 속으로 낙하하여\n지친 날개를 되돌려 줄 것이다\n\n오늘도 산은 바람이 불면\n풀잎이나 나뭇잎을 부딪치며\n땅 속에선가 하늘에선가\n스빗시 스비시르르르\n기요로 키이키리리리리\n가늘고 슬픈 새소리를 낸다.\n- 『바람의 애벌레』\n\n\n\n\n빈집 한 채\n\n\n너의 마음 깊이 숨어있는\n빈집 한 채\n너의 슬픔과 외로움과 그리움이\n거기서 생기는\n너는 모르는 그 빈집\n비가 오나 눈이 오나\n오랜 세월 너만을 기다리는\n텅 빈 그 집.\n- 『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천년의시작, 2014)
국문학자, 시인. 배재대학교 인문대 명예교수. 시집에 『썩지 않는 슬픔』, 『나는 거기에 없었다』등 다수. 저서에 『도의 시학』, 『도와 생태적 상상력』 등 다수. 옮긴 책에 『삼국유사』,『구운몽』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