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정말 여자는 약하고 어머니는 강한걸까?
울프가 말하는'자기만의 방'은 '여성이 남성처럼 글을 쓰고 남성처럼 살고,남성처럼 보이기'위한 곳이 아니다. 그곳은 오히려 가부장제가 나누고 강요한 여성성과 남성성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뒤섞어 양성적인 마음을 창조해내는 곳이다. 양성적인 마음은 이렇게 구별하는 경향이 단성적인 마음보다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울프는 가부장제 아래의 여성의 억압적 상황과 삶의 조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여성과 잠성의 자리바꿈이나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 오르는 제한적 몸짓이 아니라 근본적인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성해방을 위한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여정은 그녀의 문학 여정과 맞물려 있다. 전통적인 문장과 연결순서를 깨뜨리고 등장인물의 의식 흐름을 따라 이루어지는 다중적 관점과 다층적 구조는 바로 가부장제 재현체계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고 진정한 인간 본성의 자유를 찾아가는 글쓰기 과정이면서 동시에 남성/여성의 이분법을 넘어선 인간해방으로서의 페미니즘의 근본을 이룬다.
열세 살이 되던 1895년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처음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후 1941년 주머니에 돌을 가득 채워 넣고 우즈 강에 투신 자살하기까지 수차례의 정신질환과 자살기도를 경험한 버지니어 울프. 20세기 문학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로서 뛰어난 작품 세계를 일궈놓은 선구적 페미니스트.1907년 블룸스베리 그룹을 형성하여 화가 던칸 그란트, 경제학자 케인즈, 소설가 E.M.포스터, 후에 남편이 될 레너드 울프 등과 문화와 사회에 대한 폭넓은 주제로 모임을 가지면서 울프는 세계 현대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지성인으로 떠오른다.1915년 처녀작 <출항> 간행 이후 <제이콥의 방>,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세월>과 페미니즘 비평서라 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출간했으며 많은 평론과 에세이, 작가의 내면 풍경으로 솔직하게 풀어놓은 여러 권의 일기를 남겼다. 울프는 그 동안 남성 작가들이 전통적으로 구사해온 소설작법에서 벗어나 특유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남성과 여성의 이분된 질서를 뛰어넘어 단순히 여성 해방의 차원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인간 해방의 깊은 문학을 지향한다.아울러 이성적 언어 이전의 <의식의 흐름>을 통해서 울프는 죽음의 문제만큼이나 삶의 심연을 천착하면서 깊고 다양한 문학 세계를 이루고 있다.
울프전집을 발간하며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옮긴이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