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난도 전쟁도 사상도 사랑까지도 그녀의 생 앞에서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 또 한 번의 행운이 찾아왔다.
1967년 봄 대한민국 전군에 미국 유학에 뜻이 있는 지원하라는 희소식 명령이 하달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시 미국 장교부인회 회장으로 있었던 콜린스 여사가 세운, 한국전쟁으로 말미암아 진학을 못 한 장병들의 미국 유학 계획이었다.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시 유럽 총사령관 아이젠하워의 직속 부관이었던 미 육군 콜린스 대령의 부인으로서 사회 활동도 많이 하고 있었다.
늘 선진국의 의료 기술을 배울 기회만을 찾고 있던 나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또 한 번 나는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늘 그랬듯이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지원 신청을 하였다. 국방부에 지원한 방병들은 수백 명에 달했다. 물론 그들의 학력은 거의가 대졸이었다. 수많은 응시자를 보고 나는 기가 질렸지만 일단 시험을 보기로 했다. 필기시험은 하루 종일 걸렸다. 논술 시험은 다음날 외무부에 있었다. 논술의 주제는 '태평양'이라는 막연한 제목이었다. 경쟁률이 요즘 대학 입학 시험보다 높았다.
얼마 후 합격자 발표가 났다. 육군 25명, 해군 15명, 공군 25명, 해병대 10명 등 총인원 75명이 선출되었다. 간호장교 중에 합격자는 나와 박 중위, 김 중위 이렇게 세 명이었고, 여군은 노 중령, 윤 소령 그리고 하사관 두 명으로 여자는 모두 일곱 명이었다. 합격자는 주로 영관급이 많았다. 내가 합격했다는 것은 기적적인 결과였다. 그 많은 실력자들과의 경쟁에서 나는 해냈던 것이다. 나는 또 한 번 신이 주신 기회에 감사했다. 역시 하면 되었다.
구박덩어리로 태어나 보통학교를 졸업한 것이 전부였던 시골소녀가 고등간호학교 학생으로 6ㆍ25 전쟁 중에 간호장교가 되어 미국유학 후 육군소령으로 예편하고, 현재는 미국 프레스턴 대학 고문이 되기까지 절묘하게 인생을 반전시킨 파란만장했던 삶의 뒤안길을 담담히 써내려 간 감동의 사연
1931년 충북 청원군 남일면에서 태생. 천안 영정공립보통학교 졸업. 16세의 나이로 무작정 상경하여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독학을 시작. 1949년 서울여자대학교 부속고등간호학교에 입학. 6ㆍ25 전쟁시 간호장교에 응시하여 치열한 전쟁의 와중에서 육군 소위로 임관하여 제18육군병원에서 근무, 또 제2군사령부 의무부 간호과 행정장교로 근무하였다.
1955년 국비 유학생으로 브룩 아미 종합병원에서 마취학을 공부. 귀국하여 수도 육군병원에서 근무.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입학하여 영어과 수료. 미국 버클리 대학교, 해리스버그 종합병원 등에서 마취학을 공부. 1962년 미국 국가고시에 합격 마취사 협회로부터 마취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귀국하여 수도육군병원에 부임하여 간호장교 마취사를 양성하다가 1965년 육군소령으로 예편하였다.
1966년 미국으로 이민, 미국 연방국 재향군인병원에서 마취사로 21년간 봉직하면서 미국 사회에서 작은 천사, 작은 거인이라는 애칭과 함께 헌신적 삶을 살았으며, 노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66세에 남미 아마존의 오지 등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한 바 있다. 현재 프레스턴 대학교에서 외국인 학생을 위한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머리말
추천사
프롤로그
1. 쟤, 사내애 아니에요
슬픈 바리데기 공주 / 고향의 감나무꽃 / 낳은 딸보다 더 귀한 양아들 / 아버지의 죽음
고향을 떠나 도시로 / 월사금 20전 / 어머니! 어머니 / 잊지 못할 선생님들 / 수꼬사 치마저고리
화자와 문 소위 / 언니들 / 광제병원 형님
2. 나는 공부가 하고 싶어요
해방과 영원한 이별 / 코쟁이들의 '헬로 헬로' / 나는 공부가 하고 싶어요 / 대담한 아이
이곳은 아니야 / 나의 죄명은 사상법 / 새로운 시작 / 인생의 전환점 / 기억에 남는 환자들
3. 아! 육이오
아! 6ㆍ25 / 북으로 가는 기차 / 내가 본 평양 / 인민군 전방병원으로 / 아슬아슬한 순간
나는 고향으로 갈래요 / 국군에게 잡히다 / 또 한 번의 죽을 고비 / 다시 돌아온 서울
삶과 죽음의 사이
4. 꿈에 그리던 간호장교
꿈에 그리던 간호장교 / 떡보소위 / 남자와 여자 / 산다는것 / 잃은 것과 얻은것
3년 만에 만난 어머니 / 미국 유학의 기회 / 태평양을 건너 미국 유학 / 귀국 / 또 한 번의 도전
두번? 미국 유학 / 국방부 할머니 / 커닝 / 당신이 안됐어요 / 크리스마스 선물 / 늦은 결혼
어머니 나 죽을래요
5. 내 이름은 서니다
미국생활 / 제임스타운병원 / 지독한 여자 / 돈도 벌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미국 시민권자가 되다 / 척추마취사 자격증 / 언니 가족의 이민 수속 / 내 이름은 서니다
사랑할 수 없는 여자 / 아름다운 콜로라도 / 잊을 수 없는 사람 / 처음이자 마지막 포옹 / 은퇴
6. 더 넓은 세상으로
다 함께 심호흡을 합시다 / 중국여행 / 중국의 진 양 / 이곳저곳을 떠도는 방랑자 / 아마존으로
일본인 과학자를 잡아먹은 식인종 / 기적같은 일들 / 인디언 원주민들 / 아름다운 사람, 양혜란
눈문로 드린 마지막 예배 / 카우보이 동상기증 / 생존식 / 한번 후배는 영원한 후배
조건 없는 사랑만이 모든 것을 정복한다 / 시인이 되어 / 낭망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