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매일 200개의 소골을 손질하는 여든살 할머니와 손자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숨’을 쓰기 위해 그녀는 마장동 축산장에 매일 출근하다시피해서 소머리 가르는 법과 접칼 쥐는 법을 메모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품 '숨'에서 소머리를 다듬는 장면은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섬뜩하다. 마장동에서 소머리를 가르는 장면은 역한 피냄새와 섞여 문장을 만들었다.


'뭐시냐, 할메는 요즘 건강하싱가? 통 고기 사러 안 오씨네.'
'그렇지 않아도 이따 들리려고 했는데. 깃머리 좀 떼어 두세요. 처녑 좋은 데 있으면 회거리도 두시구요. 소화가 잘 안되는지 위를 찾으시네요.'

할머니는 모든 병을 육식으로 치료한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빈열기가 있다싶으면 생간을 찾는다. 무릎이 시큰거릴 때 우족이나 스지를 고아 먹으면 씻은 듯이 낫는다고 그녀는 믿고 있다. 속이 편치 못할 때는 소화제보다 된장을 풀어 끓인 내장탕을 먹는다. 내장에 밀가루를 넣어 바락바락 문지르는 동안 그녀는 이미 소화를 시키고 있는지 모른다. 올 겨울 초입 심한 감기를 앓은 이후 허파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숨을 쉴 때마다 늙은 고양이처럼 마른 바람 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그녀가 허파를 먹을 때에는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살짝 익혀 마늘과 소금 양념을 해 허파전으로 먹는 걸 더 좋아한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1971년 서울에서 출생하였고,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바늘」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제9회 대산문화재단인 문학인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