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로 유명한 시인이자 명상가인 류시화의 시집이다. 시인은 일년의 절반은 히말라야산 자락에 가서 명상을 한다. 그 행위를 통해 자신이 좀더 착하게 되기를 갈망하는 시인의 마음자리가 충분히 느껴지는 시집이다. 낯익음 속에 들어있는 낯설음, 그리고 평범한 단어의 범상치 않은 뜻을 잠언과 명상적인 언어로 들려준다.
그의 시는 실로 영혼과 묵상을 담은 노래에 가깝다. 이를테면 그것은 ''무언의 언어로 노래 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혹은 ''남을 아파하더라도 나를 아파하진 말아야지 다만 무심해야'' 등의 시구절에 잘 드러난다. 시인이 「여행자를 위한 서시」에서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삶의 지향점을 말하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욕심을 버리고 무욕의 세계를 경험하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시인의 깨달음이 한층 깊어진 시집이다.
시인, 명상가.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바 있다. 1980~1982년까지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으나 1983~1990년에는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구도의 길을 떠났다. 이 기간 동안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했다. 이때 <성자가 된 청소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티벳 사자의 서>, <장자, 도를 말하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등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주요 서적 40여 권을 번역하였다.
1988년 '요가난다 명상센터' 등 미국 캘리포니아의 여러 명상센터를 체험하고, <성자가 된 청소부>의 저자 바바 하리 다스와 만나게 된다. 1988년부터 열 차례에 걸쳐 인도를 여행하며, 라즈니쉬 명상센터에서 생활해왔다.
가타 명상센터, 제주도 서귀포 등에서 지내며 네팔, 티벳, 스리랑카 여행집과 산문집을 냈다. 시집으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등이 있다.
소 금
들 풀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나 비
두 사람만의 아침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빵
신비의 꽃을 나는 꺾었다
작은 대나무다리 위에서
길 가는 자의 노래
패랭이꽃
비로 만든 집
질경이
나무는
별에 못을 박다
꽃 등
새들은 우리집에 와서 죽다
사랑과 슬픔의 만다라
지상에서 잠시 류시화라고 불리웠던
물안개
강으로 죽으러 오는 사람들을 나는 보았다
감자와 그밖의 것들에게
고구마에게 바치는 노래
나무의 시
무궁동
입술 속의 새
짧은 노래
무언가
첫사랑
저녁의 꽃들에게
거리에서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시월의 시
수선화
빈 둥지
소금별
서 시
별
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
저편 언덕
뮤직박스
잔 없이 건네지는 술
폐결핵
히말라야의 새
램프를 고치러 성좌읍 화동에 가다
구름은 비를 데리고
여우 사이
그건 바람이 아니야
물쥐에게 말을 가르치며
속눈썹
사물들은 저마다 내게 안부를 묻는다
자 살
가을 유서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간다
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피로 써라
겨울날의 동화
하얀 것들
눈 물
사과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