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새벽 3시, 건전한 부르주아의 도시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잠을 방해하는 현란한 불빛은 없다. 불안한 사이렌 소리나 뒷골목 필로폰 중독자의 구역질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100퍼센트 합의를 배제한 강간은 일어나지 않으며 오래된 도시의 흉터인 절대적인 빈곤이나 소외 또한 볼 수 없는 곳이다.

새벽 3시, 당신은 온화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건전한 부르주아의 도시를 산책할 수 있다. 안심하라. 당신은 아는 사람을 절대로 만날 일이 없고 부주의하게 깨어 있는 사람도 만날 일이 없다. 당신이 처음으로 건전한 부르주아의 도시를 방문하는 입장이라 해도 거리 표지판이 놀랄 만큼 잘되어 있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건전한 부르주아의 도시를 건설한 사람은 간경화증으로 죽기 전에 건전한 부르주아의 도시에 시립 도서관을 기증했다. 그는 부유했고 또 그 이상으로 지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시청의 메모리얼 벽화로 남나 두고두고 기억되었다.

'여기 저명한 정치가이자 국립대학의 교수이고 행정가였던 사람,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한평생 고단한 연구자의 먼 길을 갔던 사람, 건전한 부르주아의 도시를 세우고 이제 하느님이 그에게 천국의 도시를 준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3년 「소설과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바람인형>, <심야통신>, <그 사람의 첫사랑>,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 <부주의한 사랑> 등을 펴냈다. 제23회 이상문학상 추천 우수작에 선정된 바 있다.
젊은 세대의 상실감과 사랑의 상처를 감각적이면서도 투명한 문체로 그려낸 그녀의 소설은 90년대 우리소설의 새로운 희망으로 평가받고 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