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사상을 차리는 전통으로 엿본 한 평범한 가족의 아침 일기
속으로는 몹시 귀찮고 짜증난 시댁식구들과의 생활을 용케 이끌어나가는 주부, 시어머니며 형님과 함께 살림하는 주부의 내면 세계를 제사상을 차리는 과정을 통해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나는 왜 내가 지금 서랍을 뒤지고 있는지 서랍 속의 양말이며 속옷 따위들을 헤집어놓고서야 감이 잡혔다. 내 손에는 하얀 보자기가 들려 있었다. 나는 무엇인가 상처난 부위를 감쪽같이 감싸줄 수 있는 무엇인가―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 생각이 머물자 나는 막연히 손을 멈추고 이제까지 활활 열어젖힌 서랍문을 조용히 밀어넣기 시작했다. 그는 완전히 잠이 깬 얼굴로 멀뚱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붕대를 감듯 식탁에 둘둘 하얀 보자기를 씌워놓고 어머니와 나, 그리고 형님은 분주하게 차례 지낼 준비를 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1964년 생.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광장으로 가는 길]로 등단.
소설집으로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1992), [밤은 말한다](1995), [동행](1998), [당신의 물고기](2000)가 있고,
장편소설 [행복](1998), 중편소설 [아주 사소한 중독](200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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