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육감적이고 관능적이며 정열적인 그림을 그렸던 화가이자,\n시인으로서 세기말의 상징주의, \n더 나아가 이미지즘 운동의 단초가 된 \n단테 가브리엘 로제티.\n\n\n축복받은 처녀(The Blessed Damozel) 일부\n\n우리 둘이 저 신비로운 생명의 나무\n 그늘에 누울게요,\n은밀히 자라는 그 나무 안에서 사는\n 비둘기가 이따금씩 느껴져요,\n그 깃털이 만지는 이파리마다\n 그분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니까요.\n\n또 제가 직접 그이에게 가르칠게요,\n 제가 직접, 이렇게 누워, 여기서\n부르는 노래들을요. 그이의 목소리가\n 조용해졌다 느려졌다, 잠깐잠깐\n끊길 때마다 귀한 지식을 깨닫고,\n 새로운 소식을 접하게 될 거예요.”\n\n(아아! 우리 둘, 우리 둘, 하는구려!\n 그렇고말고, 당신과 난 한몸이었지\n예전의 그때는. 한데 하느님이\n 영혼도 안아 올려 당신 영혼과\n영원히 합쳐주실까, 닮은 거라곤\n 당신에 대한 사랑밖에 없는데도?)\n\n\"We two will lie i\' the shadow of \n That living mystic tree\nWithin whose secret growth the Dove\n Is sometimes felt to be,\nWhile every leaf that His plumes touch\n Saith His Name audibly. \n\n\"And I myself will teach to him,\n I myself, lying so,\nThe songs I sing here; which his voice\n Shall pause in, hush\'d and slow,\nAnd find some knowledge at each pause, \n Or some new thing to know.\"\n\n(Alas! We two, we two, thou say\'st!\n Yea, one wast thou with me\nThat once of old. But shall God lift\n To endless unity \nThe soul whose likeness with thy soul\n Was but its love for thee?)\n\n\n등대풀(The Woodspurge) 일부\n\n두 눈을 크게 뜨고 여남은\n잡초의 행렬을 응시하였다.\n그 중 몇몇은, 햇살을 피해\n등대풀꽃 피어 있었다, 한 풀에 세 잔.\n\n완전한 슬픔에는\n지혜도 기억도 필요 없다.\n그때 배워서 남아 있는 한 가지?\n등대풀에 세 잔 꽃이 핀다.\n\nMy eyes, wide open, had the run\nOf some ten weeds to fix upon;\nAmong those few, out of the sun,\nThe woodspurge flower\'d, three cups in one.\n\nFrom perfect grief there need not be\nWisdom or even memory:\nOne thing then learnt remains to me,―\nThe woodspurge has a cup of three. \n\n\n키스(The Kiss) 일부 \n\n그녀의 감촉에 나는 아이였다―바로 나와 그녀,\n우리의 가슴과 가슴이 밀착하는 순간, 남자였다―\n그녀의 영혼이 나를 투시하는 순간, 영혼이 되었다―\n우리의 온 생명-숨결이 만나 우리의 생혈(生血)을\n부추기다가, 마침내 사랑의 격정이 불꽃 속에 불꽃,\n신성한 욕망을 실어 나르는 순간, 신(神)이 되었다.\n\nI was a child beneath her touch,?a man\nWhen breast to breast we clung, even I and she,?\nA spirit when her spirit looked through me,?\nA god when all our life-breath met to fan\nOur life-blood, till love\'s emulous ardours ran,\nFire within fire, desire in deity. \n\n\n카드-딜러(The Card-Dealer)\n\n그녀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도 궁금해요?\n나랑은 지거나 이기는 게임이죠,\n당신과는 아직 놀고 있고, 그와는\n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n그것은 태양의 지배를 받는\n모두와 그녀가 함께 노는 게임이지요.\n당신은 떨어지는 카드만 보겠지만,―그녀는\n뒤따라 나올 카드까지 알지요.\n그녀의 게임은 당신의 말로는 삶이라고 불리어,\n당신의 숨처럼 매일 빠져나가지요.\n그녀가 말을 하게 되면, 당신도 그녀의 언어를 배워서\n그녀는 그것을 죽음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n \nAnd do you ask what game she plays?\nWith me \'tis lost or won;\nWith thee it is playing still; with him\nIt is not well begun;\nBut \'tis a game she plays with all\nBeneath the sway o\' the sun.\nThou seest the card that falls,?she knows\nThe card that followeth:\nHer game in thy tongue is called Life,\nAs ebbs thy daily breath:\nWhen she shall speak, thou\'lt learn her tongue\nAnd know she calls it Death.\n\n \n로제티의 연인이자 뮤즈이자 아내였던 시달은 치명적인 미녀 중 한 명이었다. ‘리지’(Lizzie)로 통한 시달은 런던 뒷골목의 한 상점에서 여성용 모자를 만드는 직공으로 일하다가, 월터 데버렐(Walter Howell Deverell, 1827?1854)의 눈에 들게 되면서부터 라파엘전파를 비롯한 여러 화가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 신데렐라 같은 여인이었다. 시달과 관련하여 가장 잘, 또 많이 알려진 그림이 밀레이의 《오필리아》(Ophelia, 1851-1852)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Hamlet)에서 실성한 오필리아가 물에 빠져 죽은 장면을 묘사한 이 그림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 밀레이는 욕조에 물을 그득 채우고 시달더러 그 안에 들어가 둥둥 떠 있게 하였다. 욕조 밑에 여러 개의 등불을 설치하여 물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했는데, 어느 날 등불이 다 꺼져서 물이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밀레이는 그것도 모른 채 작업에 몰두하였고 시달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음처럼 찬물에 오랫동안 떠 있었던 시달은 결국 심한 독감에 걸렸고 폐렴증세까지 보였다. 아마 그런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그림이었기에 더욱 유명해졌으리라. \n \n- 옮겨 엮은이의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삶과 문학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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