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테니슨에 비하면 시적 감수성이 떨어지고 \n브라우닝에 비하면 지적인 활력과 풍요로움이 떨어지지만, \n그 두 가지의 합에 있어서는 두 시인보다 나은 사람’\n - 매슈 아널드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n\n\n뉴스테드에 있는 한 그림(A Picture At Newstead)\n\n뉴스테드에서 내 가슴을 한껏 부풀게 한 것은?―\n바이런 생각, 그의 폭풍우처럼 지독한,\n타이탄 같은-고통의 울부짖음이 아니라,\n저 아룬델 경의 모습이었다\n\n열 받아서, 너무나 사랑했던 자식을 때렸는데\n자식이 그만 정신을 놓고, 죽고 말았다.\n그림으로 그려져서 (그의 유지에 따라)\n회랑에 걸렸는데, 그림이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n\n갑옷차림에 지팡이를 쥔, 엄한 아버지를 보라!\n금발의 어린 아들, 그의 맥 빠진 시선에\n감각하거나 분별하는 빛깔 하나 아니 남았구나!\n\n어쩌면, 말문이 막히는 후회를 후세에 드러내도\n감내할 수밖에 없는 저 아버지의 비애가,\n바이런의 고뇌보다 훨씬 비극적인 고통이었으리.\n\nWhat made my heart, at Newstead, fullest swell??\n\'Twas not the thought of Byron, of his cry\nStormily sweet, his Titan-agony;\nIt was the sight of that Lord Arundel\n\nWho struck, in heat, his child he loved so well,\nAnd his child\'s reason flicker\'d, and did die.\nPainted (he will\'d it) in the gallery\nThey hang; the picture doth the story tell.\n\nBehold the stern, mail\'d father, staff in hand!\nThe little fair-hair\'d son, with vacant gaze,\nWhere no more lights of sense or knowledge are!\n\nMethinks the woe, which made that father stand\nBaring his dumb remorse to future days,\nWas woe than Byron\'s woe more tragic far.\n\n\n마게리트에게: 후편(To Marguerite: Continued) 일부\n\n맞소! 인생의 바다에서 섬이 되어,\n우리 사이에 메아리치는 해협을 두고\n해안 없는 물의 황야에 점점이 박혀,\n우리 수백만의 인간이 홀로 살고 있소.\n섬들은 껴안는 밀물을 느끼고,\n이내 자신의 한없는 경계를 알게 되지요.\n\nYes! in the sea of life enisled, \nWith echoing straits between us thrown, \nDotting the shoreless watery wild, \nWe mortal millions live alone. \nThe islands feel the enclasping flow, \nAnd then their endless bounds they know. \n\n\n도버해안(Dover Beach) 일부\n\n오늘 밤은 바다가 고요하구려.\n조수는 가득 차고, 달빛도 해협에\n곱게 누워 있소?프랑스 해안의 불빛도\n번쩍이다 사라지고, 영국의 절벽들도 고요한\n만(灣)에 가물가물 광막하게, 도드라져 있소.\n창가로 와요, 밤 공기가 달콤하구려!\n가만, 바다가 달빛에 표백된 육지를 만나\n기다란 선처럼 늘어선 물보라 저편에서\n들어 봐요! 파도들이 물러났다 돌아와서\n해변 높이 내팽개치는 자갈들의\n우르르 달그락 노호하는 소리가 들리리니\n느릿하게 전율하는 율동으로,\n시작하다 멎고, 이내 다시 시작해서\n슬픔의 영원한 음조(音調)를 몰아오는 소리.\n\nThe sea is calm tonight. \nThe tide is full, the moon lies fair \nUpon the straits; on the French coast the light \nGleams and is gone; the cliffs of England stand, \nGlimmering and vast, out in the tranquil bay. \nCome to the window, sweet is the night-air! \nOnly, from the long line of spray \nWhere the sea meets the moon-blanched land, \nListen! you hear the grating roar \nOf pebbles which the waves draw back, and fling, \nAt their return, up the high strand, \nBegin, and cease, and then again begin, \nWith tremulous cadence slow, and bring \nThe eternal note of sadness in. \n\n\n시인들에게 보내는 한 경고(A Caution to Poets)\n\n시인들이 시를 창작하면서\n기쁨을 느끼지 못하면,\n세상도 찬찬히 생각해 보는\n기쁨을 누리지 못한다.\n\nWhat poets feel not, when they make,\nA pleasure in creating,\nThe world, in its turn, will not take\nPleasure in contemplating.\n\n\n학생 집시(The Scholar-Gypsy) 일부\n\n그대는 일찍 세상을 등지고 떠나서,\n바깥 세상일에 무심한 건강한 힘을,\n다른 일에 쓰지 않고, 본 목표에 쏟으며,\n많은 시련과 많은 좌절을 딛고, 신물 나는\n피로, 께느른한 회의(懷疑)에서 자유로워졌기에.\n오 우리네 인생과는 다른 삶이여!\n기한도 여지도 없이 헛되이 요동치며\n저마다 분투하지만, 분투하는 이유도 모른 채,\n백 가지 다른 인생을 반밖에 못 살면서도,\n그대처럼 기다리지만, 그대와 달리, 희망이 없는 인생.\n\n그대는 하늘의 불꽃을 기다린다! 한데 우리는,\n수시로 신조를 바꾸는 가벼운 반-신자(半信者)들,\n깊이 느낀 적도, 분명히 결의한 적도,\n통찰을 행동에 옮겨 열매를 맺은 적도,\n막연한 결심을 이행해 본 적도 없다.\n우리가 맞이하는 한 해 한 해는\n새로운 시작에 새로운 실망만 더하는 꼴,\n머뭇머뭇 주저하느라 인생을 허비하고\n오늘 획득한 땅도 내일이면 잃어버리지만―\n아! 우리도, 방랑자여! 그것을 기다리지 않나?\n\nFor early didst thou leave the world, with powers\nFresh, undiverted to the world without,\nFirm to their mark, not spent on other things;\nFree from the sick fatigue, the languid doubt,\nWhich much to have tried, in much been baffled, brings.\nO life unlike to ours!\nWho fluctuate idly without term or scope,\nOf whom each strives, nor knows for what he strives,\nAnd each half lives a hundred different lives;\nWho wait like thee, but not, like thee, in hope.\n\nThou waitest for the spark from heaven! and we,\nLight half-believers of our casual creeds,\nWho never deeply felt, nor clearly will\'d,\nWhose insight never has borne fruit in deeds,\nWhose vague resolves never have been fulfill\'d;\nFor whom each year we see\nBreeds new beginnings, disappointments new;\nWho hesitate and falter life away,\nAnd lose to-morrow the ground won to-day―\nAh! do not we, wanderer! await it too?\n\n\n아널드는 1851년 6월에 대법원 판사(Sir William Wightman)의 딸 프란체스 루시(Frances Lucy)와 결혼하여 여섯 자녀를 두었는데, 결혼식을 올리기까지의 과정과 그 후로 일변한 그의 인생사가 자못 흥미롭다.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개인비서의 월급으로는 도저히 가족을 부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고민 끝에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던 그에게 때마침 찾아온 직업이 장학사였다. 랜스다운 경의 추천으로 장학사에 임명된 지 두 달 만에 아널드는 결혼식을 올렸고, 사망하기 2년 전까지 근 30년을 장학사로 일하며, 그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영국의 교육제도 개혁에 힘써 근대적인 국민교육 수립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가 영국의 교육 발전에 기울인 노력은 1859년과 1865년의 해외시찰 여행에 관한 결과보고서 《프랑스의 민중교육》(The Popular Education of France with Notices of That of Holland and Switzerland, 1861), 《대륙의 여러 학교와 대학》(Schools and Universities on the Continent, 1868) 등에 그대로 녹아 있다.\n \n- 옮겨 엮은이의 <매슈 아널드의 삶과 문학 이야기> 중에서

저자소개

1822~1888.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문학비평가이자 시인이며 옥스퍼드 대학교수였다. 문학비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정치·사회·종교·교육 등 당시의 모든 중요한 영역의 논의에도 적극 개입하여 방대한 저작을 남겼다. 특히 거의 평생 장학사로서 교육현장에서 일한 실천적인 지식인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시인으로 두각을 나타내 당대의 대표적인 시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으나, 1850년대 말부터 비평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문학과 사회에 대한 좀더 직접적인 발언을 하게 된다. 문학평론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두 권의 평론선집을 엮었고, 호메로스 번역과 켈트문학을 주제로 한 전작평론서를 출간했다.

그는 근대사회에서 비평의 이념이 남달리 중요함을 역설했고 문학의 사회적 기능을 강조했다. 그의 인문주의적 사고와 낭만주의 문학에 대한 평가는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1860년대 후반부터 첨얘해진 사회 및 종교 논쟁에 적극 개입해 대표적인 논객 가운데 한 사람으로 떠올랐고, 특히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계급현실에 대한 처방으로 교양의 이념을 제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은 책으로 정치사회평론사 <교양과 무질서(Culture and Arnarchy)>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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