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빅토리아조의 반항아\n세기말의 퇴폐주의 시인\n앨저넌 찰스 스윈번”\n\n\n\n사랑과 잠(Love and Sleep)\n\n\n누워 있다가 밤의 손길에 잠든 나는\n 나의 슬픈 침대에 기대는 임을 보았다,\n 아련한 백합 꽃잎 혹은 꽃 머리처럼 엷고,\n보들보들 흐릿한 살결, 깨물고픈 맨 목덜미,\n붉어지기엔 너무 파리하고 창백해지기엔 너무 따듯해\n 희지도 붉지도 않은 완벽한 안색이었다.\n 마침내 임의 입술이 요염하게 열리며, 말했다?\n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한 단어?기쁨 말고는.\n\n하여 임의 얼굴은 온통 내 입에 꿀이었고,\n 임의 몸은 온통 내 눈에 목초지였다.\n 길고 나긋한 팔과 불꽃보다 뜨거운 손,\n바들거리는 옆구리 살, 남풍 내 나는 머리칼,\n 밝고 연한 발, 눈부신 곡선의 허벅지,\n 내 영혼의 욕망이 배어 반짝이는 눈꺼풀도.\n\n\nLying asleep between the strokes of night\n I saw my love lean over my sad bed,\n Pale as the duskiest lily’s leaf or head,\nSmooth-skinned and dark, with bare throat made to bite,\nToo wan for blushing and too warm for white,\n But perfect-coloured without white or red.\n And her lips opened amorously, and said―?I wist not what, saving one word―Delight.\n\nAnd all her face was honey to my mouth,\n And all her body pasture to mine eyes;\n The long lithe arms and hotter hands than fire,\nThe quivering flanks, hair smelling of the south,\n The bright light feet, the splendid supple thighs\n And glittering eyelids of my soul’s desire.\n\n\n\n고양이에게(To a Cat) 일부 \n\n\n개들은 다가올 때면 하나같이\n 아양을 떨지만,\n너는, 한결 고결한 마음의 벗으로,\n같은 기질의 벗들에게만 화답하지.\n그냥 네 발을 내 손에 놓는 것으로\n살며시 이해한다고 말하는구나.\n\n아침 햇살이 이 고요하고 향긋한\n 정원-벤치에 두루\n점점 환해지는 빛을 풍성히 비추고,\n늘어나는 구름들을 강력히 뒤흔들고,\n삼림, 과수원, 히스 밭, 잔디밭과\n저 아래 정원까지 다 바꾸어놓는구나.\n\n\nDogs may fawn on all and some\n As they come;\nYou, a friend of loftier mind,\nAnswer friends alone in kind.\nJust your foot upon my hand\nSoftly bids it understand.\n\nMorning round this silent sweet\n Garden-seat\nSheds its wealth of gathering light,\nThrills the gradual clouds with might,\nChanges woodland, orchard, heath,\nLawn, and garden there beneath.\n\n\n\n우리는 그대를 보았다, 오 사랑이여(We Have Seen Thee, O Love) 일부\n\n\n왜 그대는 기어이 태어나야 했나,\n 어머니여, 바람도 잤는데,\n봄철의 밀꽃 같이,\n 바다의 거품꽃 같이 피어야 했나?\n그대는 태어날 때부터 괴로웠기에,\n 아프로디테, 투쟁의 어머니여,\n그대 이전의 대지는 그나마 편안했기에,\n 잠시나마 눈물 없는 휴식,\n 작게나마 삶의 기쁨이 있었기에,\n그대가 있고부터 삶이 달라졌기에,\n 세월 따라 비대해지는 사람,\n 상냥한 말씨의 자식 많은 부녀자처럼,\n 대지엔 가시가 없고, 욕망엔\n독기가 없고, 죽음에도 살기가 없었는데,\n 왜 그대는 기어이 이 틈에 끼어야 했나,\n 타는 불옷을 입은 그대,\n가슴의 슬픔으로 둘러싸인 그대,\n 바다의 씨앗에서 솟아난 그대여,\n밀의 씨에서 나오는 이삭처럼,\n 장작더미에서 낚아챈 횃불처럼,\n아침 해에서 흩뿌려진 햇살처럼 생겨나,\n 어이하여 정열과 병폐를 갈라놓고,\n살기와 독기와 가시를 돋아나게 하였나?\n무엇이 그대를 괴롭혀서 태어났나?\n\n\nWhat hadst thou to do being born,\n Mother, when winds were at ease,\nAs a flower of the springtime of corn,\n A flower of the foam of the seas?\nFor bitter thou wast from thy birth,\n Aphrodite, a mother of strife;\nFor before thee some rest was on earth,\n A little respite from tears,\n A little pleasure of life;\nFor life was not then as thou art,\n But as one that waxeth in years\n Sweet-spoken, a fruitful wife;\n Earth had no thorn, and desire\nNo sting, neither death any dart;\n What hadst thou to do amongst these,\n Thou, clothed with a burning fire,\nThou, girt with sorrow of heart,\n Thou, sprung of the seed of the seas\nAs an ear from a seed of corn,\n As a brand plucked forth of a pyre,\nAs a ray shed forth of the morn,\n For division of soul and disease,\nFor a dart and a sting and a thorn?\nWhat ailed thee then to be born?\n\n\n\n레스보스의 여인들(Sapphics) 일부\n\n\n날아오르는 자신의 보이는 노래, 완전한 소리와\n넘치는 열정으로 지어서, 곱게 다듬고,\n섬뜩한 천둥소리를 가득 담아, 바람 날개옷을 입힌\n 기적 같은 그 노래를 바라봤을 뿐이다.\n\n마침내 그녀가 사랑스레 웃으며, 기쁨에 젖어서,\n장미꽃을, 장엄하고 거룩한 장미꽃을 흩뿌렸다.\n그러자 사랑들은 애처롭게 얼굴을 감추고서\n 아프로디테에게 몰려들고,\n\n뮤즈들은, 가슴에 상처를 입고서, 침묵하였다.\n실로, 신들이 창백해질 만큼, 대단한 노래였다.\n모두가 마지못해 하면서도, 묘한 반감에\n 그녀를 앞에 두고 달아나버렸다.\n\n\nNewly fledged, her visible song, a marvel, \nMade of perfect sound and exceeding passion, \nSweetly shapen, terrible, full of thunders, \n Clothed with the wind\'s wings. \n\nThen rejoiced she, laughing with love, and scattered \nRoses, awful roses of holy blossom; \nThen the Loves thronged sadly with hidden faces \n Round Aphrodite, \n\nThen the Muses, stricken at heart, were silent; \nYea, the gods waxed pale; such a song was that song. \nAll reluctant, all with a fresh repulsion, \n Fled from before her. \n\n\n\n안녕히 잘 가시오(Ave Atque Vale ? In Memory Of Charles Baudelaire) 일부\n\n\n자오, 삶이 당신에게 괴로웠다면, 용서하고,\n 즐거웠다면, 감사하오. 당신은 더는 살지 못할 테니,\n 감사하고, 용서하는 것이 좋겠지요.\n온종일 당신의 손으로 비밀과 음지의 병든 꽃들,\n 슬픔과 죄의 푸른 싹들과, 잿빛 자투리들,\n 단내 풍기며, 독기에 파리한 얼굴, 살벌한 가슴으로,\n자다가 생겨난 열정들과 기겁하게 만드는 생각들을\n 보람 없이 엮어 짰던 그 불가사의하고 음산한\n 정원에서 빠져나오면, 죽음이\n당신에게 그랬듯이 어느 날 우리 모두를\n 지난날들로 데려다 주지 않겠어요?\n\n\nSleep; and if life was bitter to thee, pardon,\n If sweet, give thanks; thou hast no more to live;\n And to give thanks is good, and to forgive.\nOut of the mystic and the mournful garden\n Where all day through thine hands in barren braid\n Wove the sick flowers of secrecy and shade,\nGreen buds of sorrow and sin, and remnants grey,\n Sweet?smelling, pale with poison, sanguine?hearted,\n Passions that sprang from sleep and thoughts that started,\nShall death not bring us all as thee one day\n Among the days departed?\n\n\n\n스윈번은 또한 라운들(Roundel)이라는 시형을 고안한 정교한 예술가였다. 라운들은 프랑스의 정형시형 론도(Rondeau)의 한 변형으로, 1883년에 출간된 《백 편의 라운들》(A Century of Roundels)에서 크리스티나 로제티에게 헌정한 시들이 포함되어있다. 스윈번은 이 시집의 원고를 완성하고 라파엘전파의 화가 친구 번-존스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시 혹은 단시로 구성된 작은 시집을 새로 썼네. 모두 한 가지 형식, 같은 운율로 썼지. . . 곧 나올 텐데, 로제티 양이 헌사를 써주기로 했다네. 백 편의 시를 모두 11행으로 썼는데, 그중 스물네 편이 아기들 또는 어린아이들에 대한 작품들이지. 자네와 조지[번-존스의 아내(Georgiana)]의 마음에도 드는 시가 있을 걸세”라고 썼다. 이 편지 내용은 자신이 창안한 라운들에 관한 설명이었다. 이 시집에 대해서는 매혹적이고 재기가 넘친다는 반응과 솜씨는 좋으나 부자연스럽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이 시집에 수록된 <한 아기의 죽음>(A Baby\'s Death)은 영국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 경(Sir Edward Elgar, 1857-1934)에 의해 노래(Roundel: The Little Eyes That Never Knew Light)로 만들어졌다.\n \n- 옮겨 엮은이의 <찰스 스윈번의 삶과 문학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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