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유미주의 운동의 선두주자이자 \n천재 소설가이자 극작가, 인상파 화가 같은 시인\n오스카 와일드”\n\n\n\n아침의 인상(Impression Du Matin)\n\n\n파란색 금색의 템스 야상곡이\n 잿빛 화성으로 바뀌었다.\n 황토색 건초를 실은 바지선 한 척이\n부두를 떴다. 이내 으스스 차가운\n\n노란 안개가 다리를 기어\n 내려가, 집들의 담이 그림자로\n 바뀐 듯했고, 성 바오로 대성당이\n도시 위로 거품처럼 아련히 떠올랐다.\n\n그때 갑자기 땡그랑 삶이 깨어나는\n 소리가 들려왔다. 거리들이 시골\n 짐마차들로 꿈틀대고, 새 한 마리가\n반짝이는 지붕으로 날아가 노래했다.\n\n한데 한 창백한 여인만이 홀로,\n 낮 빛이 회색 머리칼에 입을 맞추는데도,\n 난한 가스 등불 밑에서 서성거렸다,\n불꽃 같은 입술 돌 같은 가슴으로.\n\n\nTHE Thames nocturne of blue and gold\n Changed to a Harmony in grey:\n A barge with ochre-coloured hay\nDropt from the wharf: and chill and cold\n\nThe yellow fog came creeping down\n The bridges, till the houses\' walls\n Seemed changed to shadows, and S. Paul\'s\nLoomed like a bubble o\'er the town.\n\nThen suddenly arose the clang\n Of waking life; the streets were stirred\n With country waggons: and a bird\nFlew to the glistening roofs and sang.\n\nBut one pale woman all alone,\n The daylight kissing her wan hair,\n Loitered beneath the gas lamps\' flare,\nWith lips of flame and heart of stone. \n\n\n\n노란색 교향곡(Symphony in Yellow) \n\n\n한 승합마차가 다리를 가로질러\n 노란 나비처럼 서서히 나아가고,\n여기저기 지나가는 사람이\n 작고 불안한 곤충처럼 보인다.\n\n노란 건초 수북한 큰 바지선들이\n 그늘진 부두에 옭아 매여 있고,\n노란 비단 스카프 같은,\n 짙은 안개가 선창 따라 걸려 있다.\n\n성당 느릅나무의 노란 잎들이\n 시들어 나풀거리기 시작하고,\n내 발치에 연푸른 템스가\n 물결무늬 옥대(玉帶)처럼 놓여 있다.\n\n\nAn omnibus across the bridge\n Crawls like a yellow butterfly,\nAnd, here and there a passer-by\n Shows like a little restless midge.\n\nBig barges full of yellow hay\n Are moored against the shadowy wharf,\nAnd, like a yellow silken scarf,\n The thick fog hangs along the quay.\n\nThe yellow leaves begin to fade\n And flutter from the temple elms,\nAnd at my feet the pale green Thames\n Lies like a rod of rippled jade. \n\n\n\n창부의 집(The Harlot\'s House) 일부\n\n\n한데 그녀?그녀가 바이올린 소리를 듣더니,\n내 곁을 떠나,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n사랑이 욕정의 집으로 변해버린 것이었다.\n\n그때 갑자기 가락이 틀어졌다,\n춤꾼들은 왈츠에 싫증이 났고,\n그림자들도 빙글빙글 돌다가 뚝 멈추고 말았다.\n\n그리고 길고 고요한 거리를 따라서,\n새벽이, 은색 샌들을 신은 발로,\n마치 겁에 질린 소녀처럼 기어 내려갔다.\n\n\nBut she―she heard the violin, \nAnd left my side, and entered in: \nLove passed into the house of lust. \n \nThen suddenly the tune went false, \nThe dancers wearied of the waltz, \nThe shadows ceased to wheel and whirl. \n \nAnd down the long and silent street, \nThe dawn, with silver-sandalled feet, \nCrept like a frightened girl. \n\n\n\n아내에게 나의 시집 한 권을 건네며(To My Wife With a Copy of My Poems)\n\n\n나는 내 시에 붙이는 서곡처럼\n 품위 있는 서문은 못 쓰겠고,\n한 시인이 한 시에 말하듯이\n 용기 내어 말해 보겠소.\n\n혹시 이 떨어진 꽃잎들 중에서\n 하나라도 당신한테 고와 보이면,\n사랑이 그 꽃잎을 띄워 당신 머리칼에\n 내려놓으리.\n\n하여 바람과 겨울이 매정한\n 땅을 꽁꽁 굳힐 때면,\n뜰에 대해 속삭이는 그 꽃잎의 소리,\n 당신도 알아들으리.\n\n\nI can write no stately proem\n As a prelude to my lay;\n From a poet to a poem\n I would dare to say.\n\nFor if of these fallen petals\n One to you seem fair,\n Love will waft it till it settles\n On your hair.\n\nAnd when wind and winter harden\n All the loveless land,\n It will whisper of the garden,\n You will understand.\n\n\n\n와일드는 글쓰기에 전념하여 1888년에 동화집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들》(The Happy Prince and Other Stories)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1890년에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을 《리핀코트 월간지》(Lippincott\'s Monthly Magazine) 7월호에 발표했는데, 이 잡지의 출간과 함께 거의 즉각적으로 온갖 비난이 와일드에게 쏟아졌다. 소설의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의 퇴폐적이고 비도덕적인 생활, 도리언과 그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간의 동성애적 관계 등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와일드도 그런 비판에 맞서, “어떤 예술작품이 풍요롭고 생생하고 완전하다면 예술적 본능을 가진 사람들은 그 작품의 아름다움을 알 것이요, 윤리적인 측면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그 작품의 도덕적 교훈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선다. 그러나 와일드가 초판의 노골적으로 퇴폐적이거나 동성애로 비쳐진 대목들을 일부 삭제하는 대신 여섯 장을 새로 쓰고 스물두 개의 경구로 이루어진 서문을 첨가해서 1891년에 《도리언 그레이》 개정판을 출간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런 세평이 몹시 두려웠고, 또 내심 많이 괴로워했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n\n- 옮겨 엮은이의 <오스카 와일드의 삶과 문학 이야기> 중에서

저자소개

1854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시인인 어머니와 유명한 의사이자 민속학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트리니티 칼리지와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존 러스킨과 월터 페이터의 영향을 받아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기치 아래 유미주의 운동에 동참했고, 뛰어난 구술가이자 당대를 호위한 유미주의자로 이름을 남겼다.    와일드는 영국의 지배를 받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다. 그가 살았던 후기 빅토리아 시대는 자못 엄격해 보이는 도덕주의, 위선적인 진지함과 엄숙함이 대중의 삶을 억누르던 시대였다. 그는  이에 반하는 내면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찾고자 했다. 이러한 기질은 그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외양과 작품으로도 드러났다. 와일드는 젊은 시인인 앨프레드 더글러스 경과의 동성애 사건을 일으키며 ‘제 멋’을 보여 줬다. 또한, 남자들이 검은색과 회색 옷을 걸치고 다니던 시절에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거나 머리는 치렁치렁 길게 기르고 단추 구멍에는 초록색 꽃을 꽂고 다녔다. 표면적으로는 영국의 상류층과 어울렸으나 그가 내면적으로 추구한 것은 결국 ‘멋’과 ‘미(美)’였다.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그는 《행복한 왕자》(1888),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891), 《석류나무 집》(1892)을 발표했다. 또한, 와일드는 독설과 위트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탁월한 말솜씨를 밑거름 삼아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1892), 《진지함의 중요성》(1895) 같은 희곡으로 극작가로서 위상을 다졌다. 1893년에는 비극 《살로메》를 프랑스어로 출간했다. 1895년 동성애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2년 동안 레딩 감옥에 수감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 《옥중기》를 썼다. 1897년에 출옥한 후, 파리에서 가난하게 살다가 1900년에 사망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명예는 사후 거의 백 년이 지난 1998년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오스카 와일드와의 대화’라는 제명의 동상이 세워지면서 회복되었다. 이후 그의 삶과 문학 세계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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