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에즈라 파운드의 뒤를 잇는 \n이미지즘 운동의 기수,\n에이미 로웰”\n\n\n\n정원에서(In a Garden) 일부\n\n\n나는 밤이었으면 당신이 있었으면 싶었다.\n그 수영-장에서, 그 은빛-얼룩진 물속에서\n하얗게 반짝이는 당신을 보고 싶었다.\n그새 달이 정원을 타고 넘어, \n밤의 아치 속에서 드높이 나아가고,\n라일락 향기가 정적과 함께 묵직하게 배어 있었다.\n\n밤과 분수, 그리고 새하얀 몸으로 목욕하는 당신!\n\n\nAnd I wished for night and you.\nI wanted to see you in the swimming-pool,\nWhite and shinning in the silver?flecked water.\nWhile the moon rode over the garden,\nHigh in the arch of night,\nAnd the scent of the lilacs was heavy with stillness. \n\nNight and the water, and you in your whiteness, bathing! \n\n\n\n런던의 한 대로. 새벽 2시.(A London Thoroughfare. 2 A.M.) 일부\n\n\n나의 창문 맞은편에서, \n달이 나타난다, \n밝게 둥글게, \n자두빛깔의 밤을 가른다. \n달은 도시를 밝힐 수 없다, \n도시가 너무 밝기에. \n도시에 하얀 전등들이 있어서, \n차갑게 반짝거리기에. \n\n\nOpposite my window,\nThe moon cuts,\nClear and round,\nThrough the plum-coloured night.\nShe cannot light the city;\nIt is too bright.\nIt has white lamps,\nAnd glitters coldly.\n\n\n\n폭격(The Bombardment) 일부\n\n\n 시인이 거리로 뛰어들자, 비가 은빛의 엷은 막으로 그의 몸을 감싼다. 한데 그것은 금실에 진홍색 구슬들이 흩뿌려진 빗줄기. 도시가 불탄다. 전율하며, 꽂고, 찌르고, 휘감아, 흐르면서, 불길이 내달린다. 지붕들과, 가게들과, 노점들을 타고 넘는다. 그 금빛 물감으로 하늘을 문질러대면서 불이 춤춘다, 불창으로 문들을 꿰뚫고 들어가, 마루들을 할퀴며 식식대고 낄낄거린다.\n\n 아이가 다시 깨어나 창가에서 나풀거리는 그 노란 꽃잎의 꽃을 보고는 비명을 지른다. 불꽃의 자그마한 붉은 입술들이 천장 들보를 따라서 기어간다.\n\n\n The poet rushes into the street, and the rain wraps him in a sheet of silver. But it is threaded with gold and powdered with scarlet beads. The city burns. Quivering, spearing, thrusting, lapping, streaming, run the flames. Over roofs, and walls, and shops, and stalls. Smearing its gold on the sky the fire dances, lances itself through the doors, and lisps and chuckles along the floors.\n\n The child wakes again and screams at the yellow petalled flower flickering at the window. The little red lips of flame creep along the ceiling beams.\n\n\n\n무늬(Patterns) 일부\n\n\n 여름에도 겨울에도 나는\n 저 무늬 진 정원 길을\n 나의 빳빳한 양단가운차림으로\n 오르락내리락하리라.\n 해총도 수선화도 \n 기둥을 댄 장미에게, 과꽃에게, 눈꽃에게 자리를 내주리라.\n 나는 계속\n 오르내리리라, \n 나의 가운차림으로.\n 화려하게 차려입고서,\n 고래수염처럼 빳빳하고 단단한 옷으로.\n 결국 내 몸의 부드러움은 단추의, 후크의, 레이스의\n 포옹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지리라.\n 나를 풀어 줄 남자가 죽었으니,\n 플랑드르에서 공작과 싸우다가,\n 전쟁이라는 한 무늬에 갇혀서.\n 제기랄, 무늬가 뭐라고?\n\n\n In Summer and in Winter I shall walk\n Up and down\n The patterned garden paths\n In my stiff, brocaded gown.\n The squills and daffodils\n Will give place to pillared roses, and to asters, and to snow.\n I shall go\n Up and down,\n In my gown.\n Gorgeously arrayed,\n Boned and stayed.\n And the softness of my body will be guarded from embrace\n By each button, hook, and lace.\n For the man who should loose me is dead,\n Fighting with the Duke in Flanders,\n In a pattern called a war.\n Christ! What are patterns for?\n\n\n\n디너파티(Dinner Party) 일부 \n\n\n 대화 \n\n그들이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데려와서 \n각자의 가슴에 장식물로 꽂았다. \n그들의 커프스-단추와 티아라는 \n한 무덤에서 파낸 보석들이었다. \n그들은 발굴된 생각들에 빌붙어 사는 송장 먹는 귀신들이었다. \n하여 나는 한 하인에게 녹색의 독주 한 잔을 주문했다 \n그가 나에게 다가와서 \n나에게 생명체의 위로를 건네줄까 싶어서. \n\n Talk\n\nThey took dead men\'s souls\nAnd pinned them on their breasts for ornament;\nTheir cuff-links and tiaras\nWere gems dug from a grave;\nThey were ghouls battening on exhumed thoughts;\nAnd I took a green liqueur from a servant\nSo that he might come near me\nAnd give me the comfort of a living thing.\n\n\n\n1915년 《이미지스트 시인들》의 <서문>에서 밝힌 “공동 원칙들”(common principles)은 파운드와 플린트의 그것들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다.\n 1.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되, 거의-정확하거나, 단순히 장식적인 단어가 아니라, 항상 정확한 단어를 쓸 것.\n 2. 낡은 리듬을 모방해서, 낡은 기분을 단순히 흉내 내지 말고, 새로운 기분의 표현으로써, 새로운 리듬을 창안할 것. 우리가 시 쓰기의 유일한 방식으로 ‘자유시’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의 원칙을 위해 싸우듯이 자유시를 옹호할 뿐이다. 왕왕 시인의 개성이 전통적인 형식들보다는 자유시로 더 잘 표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시에서, 새로운 가락은 새로운 착상을 의미한다.\n 3. 주제의 선택에 있어서 절대적인 자유를 허용할 것. 비행기와 자동차에 대해 나쁘게 쓴다고 좋은 예술은 아니다. 과거에 대해 잘 쓴다고 반드시 나쁜 예술은 아니다. 우리는 현대적인 삶의 예술적 가치를 열정적으로 믿지만, 1911년의 비행기처럼 아주 시시하고 구식인 것도 없다고 지적하고 싶을 따름이다.\n 4. 이미지를 표현할 것(그래서 명칭이 ‘이미지스트’다). 우리는 화가 일파는 아니지만, 아무리 장엄하고 당당한 것이라도, 시는 세부를 정확하게 묘사해야지, 모호한 전체를 다뤄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이런 연유로, 우리는 자기 예술의 실재하는 난점들을 회피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우주적 시인을 반대한다. \n 5. 흐릿하지도, 막연하지도 않은, 견고하고 분명한 시를 쓸 것.\n 6. 마지막으로, 우리 대다수는 집중이 바로 시의 본질이라고 믿는다. \n \n- 옮겨 엮은이의 <에이미 로웰의 삶과 문학 이야기> 중에서

저자소개

브루클린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덕분에 어려서부터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집에 약 7,000권의 도서가 있었으며, 이 덕분에 일찍부터 문학에 눈을 뜨고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녀는 당시 가난했던 많은 시인들의 경제적 후원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미국시를 부흥시키기 위해 많은 에세이를 썼고, 두 권 분량의 존 키츠 문학 전기를 써냈으며, 영국에서 시작된 이미지즘 운동을 미국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시어의 장황함을 피하고 풍성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힐다 두리틀Hilda Dolittle의 시를 보고 이미지즘을 연구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가 수많은 이미지스트들의 작업을 미국에 소개했다. 당시 비평가들은 시인으로서 그녀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남자처럼 셔츠를 입고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비만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작품을 깎아내렸지만, 《몇 시입니까What’s O’Clock》(1925)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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